이우진은 개미떼와 싸운다. 그는 어린시절 누이와의 근친상간이라는, 인류문명을 한 사위에 부정하는 거대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런데, 방정맞은 개미 한 마리가 이 광경을 보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무수한 개미들의 입에서 나온 풍문의 모래알들은 침과 섞여 거대한 콘크리트 댐을 형성했고, 마침내 누이를 삼켜버렸다. 그러자 그는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이 많은 개미떼를 무슨 수로? 일단 개미떼를 해산시켜야 한다. 그러면 각각의 개미들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지? 그리고 누이와 나의 선의는 어떻게 설명하지? 그는 함무라비 법전을 참조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마침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한다.
이 게임에 발을 들여놓으면 너무너무 사랑에 굶주린 상태에서 딸과 근친상간을 해야 하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되고, 알면서도 못 벗어나게 돼서, 쾌락과 죄의식의 감옥에서 영원히 감금되는 탄탈로스가 된다. 이우진은 쾌재를 부른다. 그래, 마지막에는 반드시, 나를 고통에 빠트린 바로 그 관념, 개매떼를 때로 엮어주는 그 관념, 근친상간 금기 때문에 스스로 감금의 고통을 받게 하는거다. 떼를 지은 대가가 어떤건지 보여주는 거다. 스스로 이를 뽑아버리고 혀를 잘라도, 설마 뇌세포를 죽일 순 없겠지.
나중에 프로그램이 완료되고 올드보이는 깨닫는다. 자신이 갈 곳이 없을음, 자신이 없애버린 개미떼가 고향임을. 어쩌면 처음부터 그는 자신이 개미임을 알고 있었고, 프로그램의 마지막 파일은 권총자살 장면으로 예정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한 일은 자신을 포함한 개미떼의 절멸이다. 이 영화에서 살아있는 인간은 이우진밖에 없는 듯하다. 나머지는 그의 머릿속 판타지다. 그래서 <올드보이>를 인간조건에 깊은 협오감을 느낀 사람의 현란한 자학의 기록으로, 정리한다.
- 2008/10/23 01:41
- against.egloos.com/2114702
- 덧글수 : 5
태그 : 이우진과개미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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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boy - The Last Waltz. 2009/11/08 08:21 #
올드보이 - 자학의 기록. 요며칠 강행군이다.비까지 오니 피곤함이 더하다.습관적으로 예민해지는 건 몸에 참 안좋아...오래 살아야하지 않겠니?! Oldboy - The Last Waltz.... more




덧글
2008/10/23 11:2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댕구리 2008/10/24 03:21 #
이렇게 알려주시니 빈손 아니지요. 고마워요^^
leodoll 2008/10/29 13:54 # 답글
선의라기보다는 어쩔수없음에 가까웠다고 느껴졌었죠, 저에겐.어쩔 수 없는 일들이 발생시킨 것이라고 자조하기엔
어딘지 꽤나 슬펐던 기억이 나네요..ㅎ
댕구리 2008/11/03 10:35 #
그르게요ㅎ 악의가 없는 어쩔 수 없음도 비슷하게 슬픈거 같고 그러네요.
하규님 2009/09/03 08:49 # 삭제 답글
글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