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크 - 담배 한 가치. 시네마 천국

저번주 던가.

날 밝은 오후에 찬거리를 사러 나온 동네에 이봐 학생 이라고 불러(오예! 학생) 뒤돌아봤더니 피로에 찌든 모습이 역력한 할머니 한 분이 계시더라. 냉큼 거신 말이 담배 있냐고, 있음 한 대만 달라고 하시는거야. 난 동네 할인마트 가는 길에도 담배를 챙기는 스모커 니까(자랑이다) 당연히 있지. 한 가치 건네드렸어. 근데 남루해보이는 차림이 신경쓰여 물어봤다. 집이 어디세요? 응 나 저기 살어. 할머니는 손을 아무렇게나 흔들어댔고. 불 좀 줘봐. 여기요. 뻐끔 뻐끔 - 으응 고마워이.

나이테를 주름 잡아 놓은 것 같은 손가락에 끼인 담배가, 입에 물렸다 빨렸다 하며 타들어가는 그 속도가 참 빨랐다. 흡사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의 속도 마냥 야속하게 말이다. 할머니. 왜. 거 잠시만 있어보세요. 몇 발자국은 망설였고 몇 발자국은 가벼웠다. 사장님 레종 1미리 두 갑 주세요. 오지랖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가끔 이런다니까. 뒷통수를 박박 긁으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이거 받으세요. 응. 잘 곳은 있으세요? 할머니는 또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어댔고. 불 좀 줘. 여기요. 후 - 고마워이. 할머니. 응? 왜? 아니에요. 그럼 계세요...

....할머니.
 
그때 하지 못한 말 있어 여기에다 적어요.  

담배 천천히 피우세요. 급한 일 없으시잖아요. 그럼 벤치에 앉아서 느긋하게 태우세요. 손주 뻘 되는 애들 노는 거 구경도 하면서 몽땅 다 피세요. 누가 손가락질 하거든 그냥 무시하세요. 눈치 보시도 마세요. 건강 때문에 담배를 끊어야 한다면 담배 뿐만 아니라 끊어야 할 것이 참 많아요. 술, 고기, 게임, 돈, 스트레스 주는 인간들, 뉴스. 신문 등등... 할머니는 그런 것들 다 끊고 사시잖아요. 그러니까 피우셔도 되요. 대신 느긋하게 태워요. 전 할머니가 궁금하지 않지만요. 할머니 나이 만큼이나 살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담배 한 대 피우는 동안 가지는 시간도 인생이잖아요. 그 순간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거잖아요. 픽션이지만 영화 한 편 보는 시간이 소중한 것 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편히 앉아서 웃으면서 피우세요. 담배 한 가치, 이 순간 만이라도요.
 

SMOKE _ Innocent When You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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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교 2009/10/23 15:13 # 답글

    역시''' 댕구리님! - 저 순간 만큼은 할머님께 최고의 '선물'을 주신 듯'''


    그나저나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네요'' ('ㅇ')/
  • 댕구리 2009/10/24 03:28 #

    담배가 좋은 선물이 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ㅎㅎ

    폴 오스터 소설 읽기에 위험한(?) 계절은 아닐런지요. 너무 잘써 이 사람-_-;;
  • Jodian 2009/10/23 16:30 # 답글

    (태그가...OTL)

    가을이 원래 그런건지 소중한 것을 즐기기에 참 좋은 날씨라는 생각이 들어요. 창문 살짝 열어놓고 책 읽고 음악 듣고.

    하지만 저는 고시생(...)
  • 댕구리 2009/10/24 03:31 #

    맨날 저래요. 머리에 뇌는 폼으로 달렸나봅니다. 담배 어따줬더라.. 라이타는 어딨지.. 찾고 있음 그 자리에 없고ㅎ

    창문 살짝 열어놓고 자면 감기 걸리고...^^ㅋ
    고시생이든 글 나부랭이 쓰는 놈이건 환절기 감기 조심합시다. 전 감기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 2009/10/24 14:3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댕구리 2009/10/25 11:16 #

    진짜 오래간만이네요^^ 완전 좋은데요? ㅎㅎ
  • 디아나 2009/10/26 17:39 # 답글

    마지막 문단에 기꺼이 동의 하겠다면 위험한 걸까요. 리뉴얼 언제하셨는지 잘 모르겠는데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카테고리들이 아주 맘에 듭니다.
  • 댕구리 2009/10/27 01:32 #

    하루가 빠르니까 시간이 금방 가잖아요. 예전엔 몰랐는데 눈깜박할 사이에 나이 먹어 가는 거 보면은 이러다 죽는 것도 금방이겠구나 싶고.. 음.. 되도록 천천히 살고 싶습니다.

    스킨을 따로 만들고 싶은데 실력이 없어서ㅎㅎ 카테고리는 영화제목으로^^
  • carrion 2009/10/27 12:58 # 답글

    길거리에서 할머니들이 담배피는 모습을 보면 괜히 가슴이 아파요.
    절대 동정의 마음은 아니지만 할머니들이 내뿜는 연기는 젊은이들의 연기보단 더 묵직(?)할 것 같아요.

    하하, 저도 <학생>이라고 불리우면 너무 좋아서 울지경 ;ㅁ;
  • 댕구리 2009/10/27 13:18 #

    그런게 세월이 주는 무게감이 아닐런지~ 길가에 앉아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보면 어떻게 살아오셨을지 궁금해 말 걸고 싶습니다. (미친놈 취급 당하는 거 아냐?)

    담배 살때 민증 까라고 하면 와락 안아 주고 싶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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