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깨끗하게 닦여 있는 변기, 너무도 줄이 잘 맞아 보이는 새하얀 타일의 벽면, 그리고 그 위에 선명하게 튀는 새빨한 핏덩이들. 이미지에 관해서는 일종의 강박증세를 보여 환자취급 당했던 (그의 악명에 따른 에피스드가 참 많은데, <샤이닝>에서 잭 니콜슨 대사 한마디 가지고 100테이크나 찍었다는, 그래서 배우들이 촬영기간 동안 서서히 미쳐갔다는, 뭐, 이런건 애교?)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답게 <풀 메탈 자켓>은 이런 장면들을 정말 냉정하게 잡아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다보면 군대에 관한 화제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나 또한 군대를 다녀왔고 주변엔 온통 군대를 갈 사람이거나 군대에 가 있는 사람,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 천지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자 셋이 모이면 군대 얘기가 나오게 되는데(초면이면 더더욱) 남자들이 만들어 내는 내무반, 얼차레, 구타, 탈영 이야기를 질리도록 하고 또 하게 된다. 이 땅에 전쟁이 있었고 지금은 반으로 갈려 핵이 있어 없어 쏠까 말까 하고 앉았으니 의무가 된 건 당연하지만, 이 의무에는 신성함이 곁들여 있으니까 구실 좋게 애국자들이 되는 게 아니겠나. (왜 신성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성하기 떄문에 말들이 많은거잖아. 정말 웃기는 짬뽕이야) 남자는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는 거짓말이 유효한 사회라서 인지 몰라도, 군대라는 집단이 가진 폭력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참 드물다.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 하겠다는 모습에는 종교와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고, 흔히 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들 사이에도 탈영은 병신 짓, 뒈지면 개죽음으로 취급해 버리는 마당인데 피의 이미지가 있을 리가. 인생에 있어 총과 칼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시간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군대 무용담을 들을 때마다 <풀 메탈 자켓>의 화장실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동선과 앵글, 빛이 드는 명도, 피가 튀는 각도까지 계산하에 만드는 스탠리 큐브릭의 강박이 흡사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 모습 같지 않나. 충성스러워야 하는 강박, 신성해야만 하는 강박, 그런데 두둘겨 맞아버리니 강박, 그래서 그만큼 두둘겨 패줘야 하는게 강박, 그걸 모른 척 해야 하는 강박, 함부로 말해서도 안되는 강박, 그래서 무사히 전역하고야 말겠다는 강박. 기여코 미쳐버린 군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살, 또는 자살이 아닌데도 자살이여야만 하는 자살, 이것 또한 강박, 에라이 이 죽일 놈의 강박.
자신의 병을 가지고 가장 잘 만들어 낼 줄 아는 이야기만 하는 게 스탠리 큐브릭이다. 군대의 폭력성을 대륙도 다른 나라 영화감독에게 들어야 한다는 게 씁쓸하지만, 이 땅엔 <람보>도 없고 <택시 드라이버>도 없잖은가. 군가산점 제도 가지고는 100분씩이나 토론은 하면서 영화는 왜 없을까. 용서 받지 못할 자가 참 많은데 말이다.

이하 잡담.
<후회하지 않아>의 감독 이송희일 차기작으로 군탈영병 이야기를 다룬 <탈주>가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연말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여러모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다보면 군대에 관한 화제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나 또한 군대를 다녀왔고 주변엔 온통 군대를 갈 사람이거나 군대에 가 있는 사람,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 천지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자 셋이 모이면 군대 얘기가 나오게 되는데(초면이면 더더욱) 남자들이 만들어 내는 내무반, 얼차레, 구타, 탈영 이야기를 질리도록 하고 또 하게 된다. 이 땅에 전쟁이 있었고 지금은 반으로 갈려 핵이 있어 없어 쏠까 말까 하고 앉았으니 의무가 된 건 당연하지만, 이 의무에는 신성함이 곁들여 있으니까 구실 좋게 애국자들이 되는 게 아니겠나. (왜 신성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성하기 떄문에 말들이 많은거잖아. 정말 웃기는 짬뽕이야) 남자는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는 거짓말이 유효한 사회라서 인지 몰라도, 군대라는 집단이 가진 폭력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참 드물다.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 하겠다는 모습에는 종교와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고, 흔히 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들 사이에도 탈영은 병신 짓, 뒈지면 개죽음으로 취급해 버리는 마당인데 피의 이미지가 있을 리가. 인생에 있어 총과 칼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시간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군대 무용담을 들을 때마다 <풀 메탈 자켓>의 화장실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동선과 앵글, 빛이 드는 명도, 피가 튀는 각도까지 계산하에 만드는 스탠리 큐브릭의 강박이 흡사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 모습 같지 않나. 충성스러워야 하는 강박, 신성해야만 하는 강박, 그런데 두둘겨 맞아버리니 강박, 그래서 그만큼 두둘겨 패줘야 하는게 강박, 그걸 모른 척 해야 하는 강박, 함부로 말해서도 안되는 강박, 그래서 무사히 전역하고야 말겠다는 강박. 기여코 미쳐버린 군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살, 또는 자살이 아닌데도 자살이여야만 하는 자살, 이것 또한 강박, 에라이 이 죽일 놈의 강박.
자신의 병을 가지고 가장 잘 만들어 낼 줄 아는 이야기만 하는 게 스탠리 큐브릭이다. 군대의 폭력성을 대륙도 다른 나라 영화감독에게 들어야 한다는 게 씁쓸하지만, 이 땅엔 <람보>도 없고 <택시 드라이버>도 없잖은가. 군가산점 제도 가지고는 100분씩이나 토론은 하면서 영화는 왜 없을까. 용서 받지 못할 자가 참 많은데 말이다.

이하 잡담.
<후회하지 않아>의 감독 이송희일 차기작으로 군탈영병 이야기를 다룬 <탈주>가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연말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여러모로 기대된다.
태그 : 1987년작




덧글
렌덮밥 2009/11/02 10:48 # 답글
윤종빈 감독의 <용서 받지 못한 자>가 대한민국 군대라는 조직과 사회를 꼬집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댕구리 2009/11/02 11:12 #
네. 하정우 초창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군대를 더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네요. 이왕이면 좀 더 살벌하게 말이죠.
파라 2009/11/02 13:14 #
하정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였죠ㅋㅋ
댕구리 2009/11/03 05:49 #
덧글에 파라님 없으면 섭섭했을 겁니다ㅋ저 군대 있을때 이 영화랑 똑같은 상황이 있었어요.
정말 대박이었다며-
이교 2009/11/03 02:31 # 답글
공포영화, 전쟁영화는 보고싶지 않다는 이 강박!!! ('ㅇ')ㅋ'''그나저나 날이 추워요'' 감기 조심!!! ('ㅇ')/
댕구리 2009/11/03 05:39 #
전 액션이나 공포, 스릴러, 전쟁 영화 다 좋아해요. 영화라는게 어떤 환상 같은거 잖아요. 그런걸 실재로 구현한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공포야 사는 게 공포니까 패스 하고, 전쟁물은 드라마 <밴드오브 브라더즈> 추천하고 싶네요. 그닥 고어 하지 않으니 볼 만 하실 겁니다.감기야... 쌍화탕이나 귤로 이겨내는... 아놔..
겨울때마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올 겨울은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두근두근(?)
누나도 옥체 보전 하고 계세요^^ㅋ